
데이터 분석가라는 꿈을 꾸고 있는 30살 청년 김정규(30세/가명) 씨에게는 족쇄처럼 얽혀진 약 2천만 원 가량의 빚이 있다. 그에겐 ‘청춘’이라는 두 글자 대신 신용불량자라는 타이틀이 더 익숙하다. 학자금 대출은 나중에 취업만 되면 금방 갚을 줄 알았다. 이자도 저렴해 부담도 적었으나, 빚은 날이 갈수록 불어나기만 했다. 대학 졸업 후 대학원 공부를 하게 되면서 취업은 더 멀어졌고, 아무리 아껴 쓴다고 해도 생활비는 당해낼 수가 없었다. 그렇게 백만 원, 이백 만원 빚은 쌓여갔다. 정규 씨는 오늘도 이곳저곳에서 대출 연체 문자를 받는다. 하루 24시간, 고시원 총무로 일하면서 받는 월 90만 원의 돈을 받지만 그에게 청춘은 너무나 가혹하다.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내 빚’이 거래되고 있다. 이른바 부실 채권이라는 이름으로 빚은 팔리고 또 팔린다. 은행에서는 3개월 이상 연체가 되면 부실 채권으로 판단해, 원금의 5~10% 정도로 채무자의 동의 없이 채권을 팔고 있다. 그렇게 대부업체와 은행은 서로의 이익을 챙긴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 독촉 전화와 문자, 쌓인 독촉장은 온전히 채무자의 몫이다.
우리는 대출에 세뇌당하고 있다. TV 광고는 물론 길거리, 휴대전화까지 빚의 유혹이 넘쳐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는 길거리에서부터 스마트 폰까지 하루 평균 757건의 대출 광고를 보고 있다. 그러나 그 다음은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다. 채무의 길로 유혹할 때는 언제고 빚을 지게 되면 차갑게 돌아서는 사회. 우리는 지금 빚 권하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