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글로벌뉴스 - 박소연 기자) 경기도 수원시립미술관은 개관 10주년 특별전 《모두에게: 초콜릿, 레모네이드 그리고 파티》를 4월 15일부터 8월 24일까지 수원시립미술관 1, 2, 3, 4 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모두의 미술관’을 주제로 다양한 층위의 사람들을 포용하는 전시를 표방했다. 전시 제목인 《모두에게: 초콜릿, 레모네이드 그리고 파티》는 귀족의 식재료에서 대중에게 사랑받게 된 초콜릿, 인생의 씁쓸한 시련을 극복한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레모네이드와 누구나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파티와 같이 포용적 열린 공간이 되고자 하는 미술관의 방향성을 의미한다.
김가람, 남다현, 서맨사 나이, 안드레아 프레이저, 윤결, 이학승, 천근성, 최원서, 케이트 저스트, 크리스틴 선 킴 · 토마스 마더, 클레어 퐁텐 등 총 11팀(13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영상, 설치, 퍼포먼스, 텍스타일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작업들을 통해 어렵게 느껴지는 현대미술의 벽을 낮추고 미술관을 친숙한 공간으로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 1 전시실 -
전시는 총 4개의 전시실로 구성된다. 1 전시실은 미술관의 권위와 제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질문하며 이를 와해하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남다현 작가의 'MoMA from TEMU'(2024)는 ‘명작’으로 불리는 미술 작품들이 지닌 경제적·상징적 가치에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미술사에서 권위를 획득한 작품들을 테무, 다이소, 이케아, 쿠팡 등에서 구한 공산품으로 재구성함으로써 예술의 신화에 의도적인 균열을 가한다. 다이소 수세미로 만든 마크 로스코의 작품, 이케아 컵으로 만든 아그네스 마틴의 작품은 예술의 ‘고상함’과 자본 사이의 긴장 관계를 드러낸다. 김가람은 기존의 도슨트와 관람객이 작품을 설명하고 감상하는 수동적인 역할을 넘어, 적극적인 참여자로 작품의 일부가 되는 새로의 형태의 퍼포먼스인 '분더캄머'(2025)를 선보여 관람객의 참여와 소통이 활발한 열린 플랫폼으로의 미술관을 재정의한다. 클레어 퐁텐(Claire Fontaine)은 상업광고에 자주 쓰이는 LED 사인을 활용해 마르셀 뒤샹의 ‘레디 메이드’ 개념을 확장한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2020-2024)를 통해 미술관이 아름다움을 어떻게 규정하는지와 예술이 가진 제도적 권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마지막으로 안드레아 프레이저(Anderea Fraser)는 미술관의 제도와 권위에서 비롯되는 부조리를 풍자한 영상 작품 '뮤지엄 하이라이트:갤러리 토크'(1989)와 '웰컴 투 워즈워스: 뮤지엄 투어'(1991)을 선보인다.
- 2 전시실 -
2 전시실은 우리가 익숙하게 여겼던 소통 방식의 경계를 확장하고 다양한 감각과 정서를 통해 교류하는 방법을 탐색한다. 시각이나 청각 정보에 접근이 어려운 농인 등 기존의 소통 구조에서 배제되기 쉬운 사람과의 연결 방식에 주목한다.
크리스틴 선 킴 · 토마스 마더(Christine Sun Kim · Thomas Mader)는 미국 수화(ASL)를 활용한 소통을 보여준다. 비수지 신호만으로 풍부한 이야기를 만드는 'LOOKY LOOKY'(2018) 등의 작품을 통해 기술이 신체적 언어를 어떻게 인식하고 변형하는지 살펴보는 동시에 비언어적 표현이 지닌 유연성과 풍부함을 강조한다. 케이트 저스트(Kate Just)는 한글로 된 작품을 포함해 24개의 손뜨개 패널인 '셀프 케어 액션 시리즈'(2022-2025)를 통해 개인적 돌봄과 감정적 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예술이 치유의 방법론이 될 수 있음을 말한다. 이학승의 '3층상가'(2025)는 소리를 매개로 공동체적 삶을 탐구한다. 작가가 사용하던 임대공간의 위층에서 들리는 소리를 시발점으로 공간과 관계의 문제를 다루며 공동체 내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방식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 3 전시실 -
3 전시실은 이전의 미술관에서 서사로 다뤄지지 않았거나 고정관념에 갇혀 있던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포용’이라는 키워드 아래, 예술과 친숙하지 않은 대중들과 사회적 다양성의 일부를 이루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지 탐구한다. 천근성의 '수원역전시장커피'(2025)는 예술을 매개로 시장과 미술관의 장소를 잇고 타인과의 관계 맺음을 실험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지난 2개월간 수원역전시장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음료와 손님의 창작물을 교환하는 프로젝트 진행했고 이를 전시실에서 선보인다. 윤결은 난장품바 공연의 다층적 의미와 현재적 의미를 조명하는 영상 작품 '전체관람가'(2025)를 통해 사회적으로 주변화 된 정체성과 대중문화, 전통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한다. 서맨사 나이(Samantha Nye)는 노년 여성들의 성적 주체성과 섹슈얼리티를 당당하게 드러내는 '비주얼 플레저/주크박스 시네마'(20214-2018) 시리즈를 통해 당대 영상 매체가 보여주던 미의 기준과 성 역할을 유쾌하고 과장된 방식으로 비틀고 전복한다.
- 4 전시실 -
마지막 4 전시실은 관람객과 작품 간의 긴밀한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작품으로 구성된다. 최원서의 '틀 없는 문, 구르는 난간'(2025)은 미술관은 정적이고 작품의 형상은 불변하는 통념을 뒤흔드는 상호작용적 설치작품으로 관람객의 행위와 연결되며 개입과 참여를 유도한다. 남다현은 '코인미술연습장'(2025)에서 대중문화의 상징인 코인노래방을 미술연습장으로 개조해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존 케이지(John Cage)의 '4분 33초'(1952), 길버트와 조지'Gilbert · George)의 '노래하는 조각'(1969) 등의 퍼포먼스 작품을 체험하도록 해 예술의 대중화를 시도한다.
전시와 연계해 '전자 음악 만들기', '할머니, 할아버지의 인스타그램', '니팅, 힐링' 등의 워크숍을 운영해 전시의 기획 의도를 이해하고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무료로 운영되는 워크숍 참여 정보는 수원시립미술관 공식 누리집을 참고하길 바란다.
또한 다양한 배경을 지닌 관람객들의 전시 이해를 돕기 위해 전시장 내부 벽의 전시소개 글을 일반 글과 쉬운 글로 제작하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리플릿을 제공한다.
수원시립미술관 남기민 관장은 “이번 전시는 예술과 관람자 사이의 벽을 허물고, 새로운 방식으로 참여와 감상이 이루어지는 관계의 장이 될 것”이라며, “열린 대화 속에서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새로운 감각을 만나는 자리가 되길 희망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