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세계이주민의 날 ? 이주민의 삶을 만나다


"여기서 돈 벌어 엄마아빠한테 보낼 수 있어서 한국 좋아요."
"퇴직금 못받아서 실망했어요." "사장님이 월급 잘 주면 좋겠어요.“
"일하는 곳을 노동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해주세요.“
"아플 때 병원 빨리 갈 수 있게 해주세요.“ "이주노동자가 자살하지 않게 해주세요.“

12월 18일은 UN이 정한 세계 이주민의 날(International Migrants Day)이다. 1990년 12월 18일 제 45회 유엔 총회에서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 보호에 관한 협약(이주노동자 권리협약)>이 만장일치로 채택되었고 2000년 유엔은 협약 채택일인 12월 18일을 세계이주민의 날로 선포하여 전세계 이주노동자들이 단순히 노동력이 아닌 사람으로서 모든 권리에 있어 동등함을 확인하며 기념하고 있다.

 1995년 설립 이래 모든 이주민의 인권 보호와 보장을 위해 활동해온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이하, 외노협)는 2018년 세계 이주민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를 12월 17일 오후 2시부터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가졌다. 식전행사와 부대행사에 이어 1부는 12월 3-4일간 열린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 한국심의 대응활동을 통해 본 이주민 인권현실에 관한 토론회로, 2부는 이주인권 활동가들이 뽑은 올해의 이주인권 10대 뉴스를 발표했다.

 

이날 식전행사로 상영된 '2018 이주민의 삶을 만나다'는 이주민들이 한국사회, 한국인에게 하고 싶은 말을 직접 담은 영상으로 한국생활 적응의 어려움에 대한 호소부터 노동제도 개선, 차별과 편견을 없애달라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담겨있다.

"지원센터 있어서 좋아요." , "한국어 해야 취업할 수 있는데 잘 배울 수 있도록 도와줘서 고마워요." , "여기서 돈 벌어 엄마아빠한테 보낼 수 있어서 한국 좋아요." "퇴직금 못받아서 실망했어요." , "사장님이 월급 잘 주면 좋겠어요.", "일하는 곳을 노동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해주세요.", "일 편하게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아플 때 병원 빨리 갈 수 있게 해주세요.", "이주노동자가 자살하지 않게 해주세요.", "한국어 어려워서 말 안 통해 힘들어요, 외국사람 배려해주세요.", "우리도 사람이에요 한국사람이랑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무슬림 사람 나쁘지 않아요 좋게 생각해줘요."

 

 UN 인종차별철폐위원회 한국심의 대응활동에 참여한 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대표와 강슬기 의정부엑소더스 활동가는 제네바 현지에서 NGO 구두발언, NGO 런치브리핑, 특별보고관 오피서들과의 미팅 등을 통해 한국사회 인종차별 실태를 적극 알려내어 “국가의 부를 창출하는 이주민이 그 혜택은 향유하지 못하는 현실이 대한민국의 인종, 피부색, 민족, 사회계층 차별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위원회의 지적과 관련 권고를 이끌어내었다.

이어지는 토론에서 한가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여전히 만연한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통제와 차별, 또 귀화인을 외국인으로 분류하고 차별하는 정책적 빈틈을 지적하였습니다. 원옥금 주한베트남교민회 회장은 고용허가제 사업장 변경의 어려움과 고용계약의 불공정함, 어업노동자 지원센터의 부재 등의 문제점과 함께 한국이 국제인권법을 준수하지 않는 현실에 대한 비판의식도 공유하였다. 특히 토론자 Z씨는 난민 인정을 받은 본인의 경험을 통해 생명의 위협, 외국인보호소 장기구금 생활, 난민 신청의 지난한 절차 등 난민이 겪는 어려움을 들려주었다. "모든 사람은 어딘가에서는 이방인이다. 난민이 되는 것 또한 선택은 아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면 세상은 평화롭고 충분히 살만한 곳이 될 것"이라고 하였다.

2부에서는 이주인권활동가들이 뽑은 이주민인권 10대 뉴스를 발표하였다.

한편 부대행사로 진행된 차별용어 깨뜨리기 캠페인에서는 법무부의 불법체류자(미등록이주민) 특별대책 안내문에 쓰인 ‘hunt down’ 이라는 용어와 함께 특정 국가에 대한 차별적 표현 사용 반대를 촉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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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정된 10대 뉴스

1. 법무부의 미등록자 폭력적 단속, 사망사고 등 물의를 빚다

한국에 유학온 우즈베키스탄 유학생이 지난 7월 16일 경남 함안의 한 건설업체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다가 출입국단속반원들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폭행 후 강제로 끌려간 이 학생은 구금됐다가 닷새 후 풀려났고 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사전허가 없이 일했다’는 이유로 50만원의 과태료를 물렸다. 8월 22일에는 김포의 한 견설현장에서 인천출입국?외국인청이 벌인 단속으로 미얀마 이주노동자 딴저테이씨가 추락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였고, 10월 29일에는 수원출입국외국인청 앞에서 단속을 피해 건물 4층에서 뛰어내린 이주노동자가 중상을 입었다.

2009년 5월 법무부 훈령으로 제정된 ‘출입국사범 단속과정의 적법절차 및 인권보호 준칙’은 출입국관리공무원은 출입국사범에 대한 단속 업무를 수행할 때 안전사고 대비 및 외국인 등이 언어소통의 문제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돼있으나 이같은 준칙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금태섭 의원실 자료에 의하면 지난 10년간 단속과정에서 사망한 이주노동자가 10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등록이주노동자 단속과정에서 발생한 사고, 사망으로 인해 이주인권단체들은 사망사건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단속추방반대와 미등록이주노동자 합법화를 요구하고 있다.

2. 예멘난민 제주도 유입을 계기로 노골화된 난민, 이주민에 대한 혐오발언

예멘 내전이 2015년에 시작한 이후 국내에는 2017년까지의 예멘인 난민 신청자가 모두 49명이었으며, 2018년에는 6월 20일까지 제주도를 통해 대한민국에 입국하는 예멘 국적자가 561명이고 이 중 549명이 난민 신청을 하였다. 이들은 말레이시아에서 2017년 12월에부터 시작한 제주로의 직항편을 이용해 주로 입국했다.

6월 30일 서울 도심과 제주 도심에서 반난민 집회가 열렸으며, 이에 맞서 이주인권 단체들은 서울 도심에서 난민 인권 보장 촉구집회를 열었다. 이후 반난민 단체들은 7월 14일 서울, 광주, 전북 익산시, 제주시 등에서 두번째 집회를 열었다. 이들 집회에서는 ‘난민에 의해 여성과 아이들이 위협을 받는다’는 주장과 ‘가짜난민을 추방하라’는 발언이 나왔으며,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국가인권기본계획 폐지’ 등의 요구가 함께 나왔다. 난민에 대한 혐오집회와 국민청원이 확산되자, 제주도는 말레이시아로부터의 무사증 입국을 중단했고, 정부는 이들에 대한 출도제한 조치를 내려 법적 권리를 제한하였다.

이 당시 인터넷에서는 난민에 대한 근거없는 가짜뉴스나 혐오의 주장들이 크게 확산되었다. 인터넷 블로그와 난민 반대 카페 뿐 아니라 뉴스 기사에 대한 댓글과 유튜브 영상에서도 난민, 예멘, 외국인에 대한 혐오발언이 난무했다. “저들은 난민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건장한 남성들뿐이다.”, “예멘은 여성들이 4세부터 강제결혼을 당하고 여성할례와 명예살인을 당하고 있으며, 강간에도 죄의식이 없는 나라이다.”, “자국인의 안전도 지키지 못하고,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국민들도 많은데 왜 인권이나 평화주의에 눈이 멀어 자국민을 해치는 짓을 하는가?”, “현재에도 보고되지 않은 외국인의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기사에 나는 것들은 아주 일부분일 뿐이다.” 등의 주장이 계속되었다. 난민과 범죄자를 동일시함으로써 대중에게 공포와 혐오를 조장하고, 실제 난민 신청자들이 처한 전쟁 상황과 생명이 위협당하는 현실을 심각하게 왜곡하는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3.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 6년만에 한국심의-한국 인종차별 상황이 심각하여 국가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표명

12월 5일,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한국의 인종차별 철폐협약 이행에 관해 심의한 후 한국 정부가 인종차별 철폐협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고 지적하였다.

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국내법에 인종차별의 정의를 포함하고 인종차별 철폐협약 제1조에 포함된 모든 차별금지 사유를 포괄하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으며, 한국의 인종차별 현실과 갈등이 국가적인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큰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지난 2012년 한국심의 이후 6년만에 열리는 이번 심의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의 47개 시민사회이주단체들이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4. 인천 러시아계 다문화가정 중학생, 동급생들로부터 폭행당한 후 투신

11월 13일 인천의 한 아파트 15층에서 올해 14세 된 중학생이 추락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후 확인된 바에 따르면 이 학생은 아버지 없이 러시아출신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던 이른바 다문화가정 자녀였으며 그간 줄곧 학교 폭력으로 시달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에 의하면 피해학생은 사망 전 오랜 시간 집단 폭행을 당했고 가해학생들은 피묻은 피해학생의 외투를 태우는 등 증거인멸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학생은 사건 당일 옥상에서 수차례 폭행이 이어지던 끝에 폭행을 피하기 위해 투신,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학내폭력과 관련한 청소년들의 다문화수용성 및 가해학생에 대한 다문화 이해 프로그램 특별교육 등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5. 한국출생 미등록청소년, 강제퇴거취소청구소송에서 승소하여 합법체류자격 획득하다.

한국에서 출생, 성장한 이주아동청소년들이 처한 상황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안이었던 나이지리아계 한국인 페버씨가 법무부를 상대로 제기한 강제퇴거취소청구소송에서 승소하였다. 법무부는 1심 패소한 이후 항소를 포기하였고, 이에 페버씨의 강제퇴거명령은 취소되었다. 이후 페버씨는 합법적으로 유학생 비자를 부여받았다.

6. 고양시 저유소 화재사고 피의자로 스리랑카 이주노동자를 지목한 경찰의 희생양 만들기

10월 7일 경기도 고양시 저유소에서 발생한 화재사건의 피의자로 경찰이 스리랑카 노동자를 지목함으로써, 희생양 만들기가 아닌가라는 시민들의 비판이 비등했다. 이에 검찰은 구속영장을 기각하였고, 스리랑카 노동자는 석방되었다. 이 사건은, 저유소 관리소홀을 먼저 의심하고 수사했어야 하는 경찰의 소홀한 수사 및 피의단계임에도 국적을 밝히는 무감수성, 그리고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서 보도한 언론의 인권보도준칙 무시가 고스란히 드러난 사건이었다.

7. 국가인권위원회, 정부가 ‘불법체류’ 용어를 쓰지 말 것 권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 독립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정부가 이주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더하는 ‘불법체류’라는 용어를 쓰지 말 것을 권고하였다.

불법체류라는 용어는 이주 NGO에서는 ‘불법’이 범죄자화하는 용어로서 오래전부터 폐기를 주장하는 비인권적 용어이다. NGO에서는 미등록자, 초과체류자 등의 용어를 사용한다. 이미 유엔 국제이주기구를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불법’이라는 용어대신 ‘서류미비’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미등록 서류미비 이주민을 범죄자로 다루지 말아야 한다는 비범죄화 원칙을 천명해왔다.

8. 난민거절당했던 이란 중학생, 친구들의 국민청원으로 난민인정 받아

종교적 이유로 난민신청을 하였지만 거절당했던 이란 출신 중학생이 동급생 친구들의 국민청원 등의 활동으로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2018년 10월 19일 서울 출입국.외국인청은 이란 출신 중학생의 난민지위를 인정했다..2016년 5월 처음 난민신청을 한 이후 2년 5개월만이다. 이 사안은, 제주도 예멘 난민 유입으로 한국사회 일각에서 공격적으로 드러낸 난민혐오정서로 충격을 주었던 상황에서 한국사회에 난민신청자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또다른 한국사회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나아가 중학생들이 앞장섰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사안이다.

9. 외국인노동자 고용사업장의 법위반 현실 심각

2018년 9월 기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51만8430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 기업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외국인노동자 고용사업장 88.3%가 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고, 실제 사법처리로 이어진 것은 2건에 불과했다. 이런 사실은 12월 7일, 국회에서 열린 기업의 인권경영 토론회에서 드러났다.

10. 이주에 관한 새로운 국제협약, ‘이주에 관한 글로벌 컴팩트(Global Compact for Migration)’ 채택

2016년 9월 19일 ‘난민과 이주자를 위한 정상회담’에 모인 193개 유엔 회원국은 난민과 이주에 관한 각각의 글로벌컴팩트를 만들어 2018년 정부간 회의에서 채택할 것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뉴욕선언) 이주에 관한 글로벌컴팩트는 1. 이주 문제에 대한 공통의 원칙과 접근 방법확립 2. 취약한 상태의 이주민에 대한 처우 관련 지침마련 3. 이주 관련 책임의 동등한 부담이라는 목표아래 정부간 협의를 거쳐 2018년 10-11일 양일간 모로코에서 열린 정부간 회의에서 채택되었다. 이주에 관한 글로벌컴팩트는 정부 의견 뿐 아니라, 논의과정에서 시민사회의 의견을 중요하게 반영하여 국가별 그리고 대륙별로 시민사회의 의견을 모으고 개진하는 과정을 진행했으며 한국시민사회도 2017년 ‘GCM대응 시민사회사무국’을 구성하여 정부부처와 협의회를 개최한 바 있다. 글로벌컴팩트는 각국의 주권을 인정하되 이주민의 체류자격에 관계없는 인권보호를 통한 지속가능발전을 각국의 협력속에 증진하자는 국제적으로 합의된 약속으로 채택 이후 국내 이행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