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글로벌뉴스] 해발 600m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산골 오지 심답마을. 이곳에 1년에 딱 한 달만 같이 사는 특별한 가족이 있다. 양재연(81) 할아버지와 정우선(79) 할머니, 그리고 노부부의 둘째 딸 양주희(57) 씨가 이번 주 주인공이다. 이 가족이 1년 중 한 달만 함께 사는 특별한 이유는 바로,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기 위해서다. 60여 년 동안 할아버지와 할머니, 두 분이 고로쇠 수액 채취 작업을 해왔지만 3년 전부터는 딸 주희 씨가 내려와 부모님을 돕고 있다. 집이 오지인 탓에 15세 때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던 주희 씨는 40여 년 만에 부모님과 한집에서 살다 보니 하루가 멀다 하고 엄마와 전쟁을 치른다. 매일 티격태격하지만, 고로쇠를 통해 서로 더 가까워지고 있는 지리산 산골 가족의 따뜻한 봄 이야기를 <장수의 비밀>에서 만나본다.
고로쇠 수액 채취 경력 60여 년 차 베테랑 할머니 눈에는 3년차 딸의 솜씨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직 고로쇠나무와 다른 나무를 구별하지도 못하고, 어렵게 받아놓은 수액을 쏟아버리는 등 초보 일꾼 딸은 실수 만발이라 할머니의 마음은 타들어 가기만 한다. 한편, 도시에서 냉난방 제품 중도매 일을 하고 있는 주희 씨는 봄에는 시간이 한가한 편이라 이 곳에 와서 할머니의 일을 돕고 있다. 하지만 워낙 사람 좋아하고 놀기 좋아하는 성격 탓에 산골 오지에 한 달간 갇혀있다시피 하는 것이 여간 답답한 일이 아니다. 채취한 수액을 택배로 부치기 위해 간만에 읍내로 나온 주희 씨는 마트에 들러 갖가지 물건들을 쓸어 담는다. 하지만 딸이 힘들게 번 돈을 낭비하는 게 싫은 할머니는 ‘밥만 먹어도 된다’며 딸이 고른 물건들을 제자리에 갖다 놓아버린다. 자신의 답답한 마음을 할머니가 몰라주시는 것 같아 서운하기만 한 주희 씨. 할머니도 그 마음을 알아채고, 딸을 달래기 위한 비장의 무기를 꺼내 놓는다. 과연 할머니의 작전은 통할까?
사실 처음부터 할머니만 고로쇠 작업을 했던 건 아니다. 원래 남편 양재연(81) 할아버지가 총각 때부터 마을 이곳저곳에 고로쇠나무를 심고 가꾸며 60여 년 가까이 채취 작업을 해 오셨다. 하지만 5년 전 발병한 척추관협착증이 악화돼 거동이 불편해지셨고, 산을 오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평생을 일궈온 고로쇠나무에 유난히 애착이 많으신 할아버지는 지난 해 건강이 아주 안 좋으셨을 땐 자신이 떠나더라도 고로쇠나무들을 없애지 말라는 말을 가족들에게 유언처럼 남기기도 하셨다. 할아버지는 지금도 다리만 나으면 제일 먼저 산에 가서 고로 나무를 가꾸고 싶다는 하신다. 모녀 역시 할아버지가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아 고로쇠 수액 채취 작업을 다시 시작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주희 씨는 평소 쾌활한 성격으로 유난히 인기가 많다. 한창 고로쇠 작업으로 바쁜데, 주희 씨를 찾는 지인들의 연락이 빗발친다. 그 뿐만 아니라 친구들이 들이닥쳐서 하루가 통째로 날아가기도 한다. 할머니는 애가 타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난 딸을 위해 혼자 작업을 하러 나섰다가 돌아오신다. 그런데 딸을 배려하려 했던 할머니의 마음도 모르고, 주희 씨는 친구들에게 ‘엄마는 억척’이라며 흉을 본다. 단단히 마음이 상한 할머니, 그리고 딸은 이러한 상황이 난감하기만 하다. 끝나지 않은 모녀 전쟁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고로쇠 채취가 끝나고 나면 주희 씨는 남편과 아들이 있는 원래의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가기 전에 부모님께 특별한 선물을 해주고 싶어진 딸은 고민 끝에 뭔가를 준비한다. 그녀가 준비한 선물은 과연 무엇일까? EBS1에서 방송되는 "장수의 비밀" ‘고로쇠 별곡 억척 엄마와 한량인 딸’ 편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