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글로벌뉴스 - 박소연 기자동탄7동의 한 주택가. 집 안 냉장고가 비어버린 어느 날, A씨는 이웃의 말을 떠올렸다.“그냥 가도 된대. 필요한 만큼만 가져가면 돼.”
쭈뼛쭈뼛 문을 연 곳은 나래울종합사회복지관 인근 ‘그냥드림’. 말 한마디 묻지 않고 놓여 있는 먹거리들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이 방문은 단순한 식료품 지원에서 끝나지 않았다. 복지관 사회복지사와의 상담을 통해 A씨는 자신이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신청이 가능한 상황임을 처음 알게 됐다.
A씨는 즉시 행정복지센터로 연계됐고, 수급자 선정 전까지 ‘그냥드림’과 행정복지센터의 기부식품 지원을 받게 됐다. 굶주림을 피해 들어간 공간이, 제도 복지로 연결되는 출발점이 된 순간이었다.
빵 하나가 하루를 버티게 한다,7개 빵집이 만드는 조용한 연대
‘그냥드림’의 냉장고가 매일 채워질 수 있는 이유는 지역의 자발적인 나눔 덕분이다.
화성특례시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B씨는 매일 아침, 갓 구운 빵을 들고 복지관 직원을 맞이한다. 이 빵들은 나래울종합사회복지관 ‘그냥드림’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전달된다.
현재 이곳에는 B씨를 포함해 관내 7개 빵집이 정기적으로 기부에 참여하고 있다.
거창한 캠페인도, 강요도 없다. 그저 일상의 일부처럼 이어지는 나눔이다.
B씨는 말한다.“특별한 신념이 있어서가 아니에요. 제가 만든 빵이 누군가의 하루를 지탱해 준다면, 그걸로 충분하죠.”이 소박한 마음들이 모여 ‘그냥드림’은 지역의 일상이 됐다.
거점에서 생활권으로,‘화성형 그냥드림(공유냉장고)’ 32개소 확대
지난해 12월 문을 연 화성특례시 ‘그냥드림’은 짧은 시간 안에 사각지대를 발굴하는 대표 복지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화성특례시는 지난 9일 시정전략회의를 통해 ‘화성형 그냥드림(공유냉장고)’ 32개소 추가 설치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번 결정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그냥드림’의 빠른 확산을 주문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중앙정부의 정책 기조를 지방정부 차원에서 신속히 반영한 사례다.
현재 화성특례시는▲남부·서부종합사회복지관(만세구)▲봉담읍사무소(효행구)▲나래울종합사회복지관(병점구)▲은혜푸드뱅크(동탄구) 등 5개 권역 거점에서 ‘그냥드림’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서울시 면적의 1.4배에 달하는 광활한 행정구역 탓에, 일부 시민들은 물리적 거리로 이용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집 앞에서 만나는 복지, 공유냉장고로 더 가까워진 ‘그냥드림’
이에 화성특례시는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와 복지관을 중심으로 ‘화성형 그냥드림(공유냉장고)’을 도입한다.이는 기존 거점 중심 체계를 시민의 생활권으로 확장한 생활 밀착형 복지 모델이다.
시는 총 32개소를 단계적으로 설치할 계획이다.
이미 우정읍, 남양읍, 새솔동, 병점1동, 동탄9동, 봉담읍사무소에 공유냉장고가 설치됐으며,
▲2026년 3월 복지관 8개소▲2026년 7월 읍면동 8개소▲2026년 12월 읍면동 16개소 가 순차적으로 추가된다.
이를 통해 시민은 집 가까운 곳에서 언제든지 먹거리를 지원받을 수 있고, 나눔에 참여하고 싶은 시민과 소상공인 역시 일상 동선 안에서 부담 없이 기부에 동참할 수 있게 된다.
시는 읍면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자원봉사자의 참여를 통해 운영 안정성을 높이고, 지역 식품기업과 소상공인의 자발적 기부를 지속적으로 유도할 계획이다.
정명근 시장, ‘사회적 매트리스’ 복지,“완벽하려다 아무도 못 돕는 행정은 안 된다”
정명근 화성특례시장은 이번 확대 정책에 대해 분명한 철학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완벽한 제도를 갖추느라 정작 아무도 돕지 못하는 행정이 돼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지금 당장 도움이 필요한 시민의 손을 먼저 잡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냥드림’을 “운영 2개월 차에 접어든 화성형 그냥드림은 시민의 자존감을 지키면서 삶을 받쳐주는 사회적 매트리스역할을 하고 있다. 단 한 명의 시민도 소외되지 않도록, 32개의 따뜻한 그냥드림 공유냉장고가 시민의 집 앞까지 먼저 찾아가겠다.”고 밝혔다.
먹거리 하나로 시작된 만남이, 제도 복지로 이어지고 빵 한 봉지가, 하루를 버티게 하는 힘이 되는 곳. 화성특례시의 ‘그냥드림’은 오늘도 묻지 않는다.
그저 필요한 만큼, 조용히 손을 내밀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