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글로벌뉴스 -박소연 기자) 2020년 기준 우리나라 66세 이상 노인 인구의 소득빈곤율은 40.4%로 OECD평균 14.2%보다 3배정도 높다. 1940~50년대 태어난 70세이상은 과거 적은 소득으로 축적한 자산이 많지 않아 절반이상이 빈곤층이라고 한다.
그런데 1950년대말 60년대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세대 고령층은 이전 세대들과는 다르게 상당한 소득을 바탕으로 적지 않은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금융투자 등 다양한 재테크 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으며 정부의 복지혜택도 본격적으로 누리고 있다. 통계청의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60세이상 가구주의 순자산액이 5억 1,922만원으로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많았으며, 전년대비 증감률 또한 6.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헌데 이런 베이비붐세대 고령층 자산가들에게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가 다가오고 있다. 인지, 지적능력이 퇴화되면서 자기 재산을 제대로 관리하기 힘들게 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은 노인들의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기 보다는 눈앞의 이익추구에만 집중하며 노인 금융자산 관리에 무관심한 실정이다.
그동안 금융상품은 단순 예금, 대출, 보험, 연금에서 투자펀드, 변액보험, 지수연동상품 등 수많은 종류로 변화발달해 왔다. 금융회사들은 비과세, 주가, 채권수익률, 환율, 금 가격 등을 적용한 다양한 방식의 파생상품으로 높은 수익률과 추가적인 혜택을 제시하며 고객들을 유혹한다. 많은 노인들이 금융회사 직원들의 권유로 이런 금융상품에 가입한다.
젊은 시절부터 새로운 금융상품을 접하며 재테크에 자신감 있는 노인들은 자발적으로 금융회사를 찾아가서 복잡하고 위험한 금융상품들에 과감하게 투자한다.
그런데 이러한 금융상품들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금융시장 상황변화에 맞추어 운용대상을 바꾸거나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는 등 때때마다 조치를 해주어야 하며 금융상품의 만기가 돌아오면 재투자, 인출, 세금 납부 등의 절차를 제때에 실행해야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
베이비붐세대 노인들도 70세가 넘어가면서 금융상품 관리가 버거워진다. 특히 10, 20년 전에 가입했던 금융상품들이 문제가 되는데, 이런 상품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금융회사의 관심에서 벗어나 해당 직원들 조차도 상품내용을 자세하게 알지 못한다.
금융회사 직원들은 연금, 펀드, 보험 등의 고객 유치에는 전력을 기울이지만 기존 고객의 요구에는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노인 고객들이 퇴직연금의 운용과 지급액 변경을 위해 금융회사 창구를 찾아 가지만 적절히 응대해 줄 직원을 만나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종신보험의 보장만기 같은 중요 사항들을 우편, 문자 통보로 갈음하기 때문에 노인 고객들이 이를 제대로 인지하는 것이 쉽지 않으며 보험약관에 제시된 혜택들을 모르고 그냥 지나치기도 한다.
지금까지 금융소비자보호는 금융사기나 불법행위 방지,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 규제 등에 치중해 왔지만 앞으로는 노인 고객 보호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절실하다. 금융회사는 노인 고객에게 문자, 우편 통보 뿐만아니라 필요한 경우 금융회사 창구에서 서비스를 받도록 안내할 필요가 있다.
금융회사는 창구에 내방한 노인 고객에게 예금, 연금, 보험, 펀드의 지급시기, 운용방법 등을 상세하게 알려주고 적절한 조치를 해주어야 한다. 또한 인지능력이 현저하게 약화된 80세이상 고령자의 금융자산에 대해서는 금융회사가 별도로 관리할 필요도 있다.
가령 고령자의 금융자산에 변동이 발생할 경우 본인의 의사를 직접 확인하는 등 보다 신중하게 처리하는 업무지침을 마련하는 것이다.
금융회사는 다양한 금융상품으로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핵심고객인 노인들의 자산을 관리하고 보호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금융당국도 금융회사들이 노인 고객 관리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도록 감독하고 지도해야 한다.
전 한국은행 교수, 수원녹색소비자연대 자문위원 박상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