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글로벌뉴스 - 박소연 기자) 지난해 발생한 신안산선 복선전철 제5-2공구 공사현장 붕괴 사고는 단순한 지반 특성이나 예측하기 어려운 자연재해가 아니라, 설계와 시공, 건설사업관리 전반의 부실이 누적돼 발생한 전형적인 '인재(人災)'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광명시는 16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광명시 지하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약 14개월간의 조사 끝에 사고 원인과 재발 방지 대책을 공개했다.
조사위원회는 지난해 5월부터 전문가 회의와 현장조사, 관계자 청문, 구조해석 등을 거쳐 사고 원인을 분석한 결과, 애초 설계 단계의 구조적 문제와 설계변경 과정의 안전성 검토 부족, 시공 과정의 규정 미준수, 감리 기능 부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붕괴가 발생했다고 결론 내렸다.
설계변경 과정에서 안전성 검토 허술…붕괴 위험 키웠다.
사조위는 사고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설계 단계의 오류와 설계변경 과정에서의 구조 안전성 검토 미흡을 지목했다.
조사 결과, 사고가 발생한 2아치 터널 구간은 애초 지반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시추조사는 단 1개 공에 그쳤고, 물리탐사조차 실시되지 않아 실제보다 지반이 단단한 것으로 잘못 평가됐다.
이 때문에 터널에 작용하는 이완하중은 과소 산정됐고, 중앙기둥에 가해지는 하중 역시 실제보다 적게 계산됐다.
특히 2아치 터널의 핵심 구조물인 중앙기둥은 구조 검토에서는 연속벽체 방식으로 검토됐지만, 실제 설계는 기둥식 구조로 적용됐다.
결국 구조 계산과 실제 설계가 서로 다른 기준으로 진행되면서 중앙기둥의 안전율이 크게 낮아졌고, 설계 자체에 구조적 취약성이 내재돼 있었다는 것이 조사위원회의 판단이다.
또한 갱구부 가시설인 엄지말뚝을 절단하는 설계변경 과정에서도 별도의 보강설계가 이뤄지지 않아 구조적 불안정성을 더욱 키운 것으로 분석됐다.

주요 사고원인
❍ 설계, 시공, 건설사업관리 등 전 단계에 복합적 부실 누적으로 발생
(지반조사)
- 2아치 터널 구간 시추조사 미흡(1개공) 및 물리탐사 미실시
(설계)
- 지반강도 과대평가, 이완하중 과소 산정, 2아치터널 중앙 기둥의 구조검토는 연속벽체로 하고 설계는 기둥식으로 하여 기둥 설계하중의 과소 산정
- 갱구부 가시설 엄지말뚝 절단 시 보강설계 부재



설계 무시한 시공,규정 위반이 사고 가속
시공 과정에서도 설계 기준을 지키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사조위에 따르면 터널 굴착 시 막장 간 이격거리는 설계상 20m 이내를 유지해야 하지만 실제 공사에서는 최대 43m까지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편토압이 증가하면서 중앙기둥에 예상보다 훨씬 큰 하중이 집중됐다.
또한 갱문부 보강 없이 가시설을 절단했고, 중앙기둥에는 보호용 부직포가 설치돼 균열이 발생했음에도 이를 조기에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설계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하중이 반복적으로 누적됐고, 이를 관리하지 못하면서 붕괴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감리·건설사업관리도 사실상 제 역할 못 해
건설사업관리와 감리 과정에서도 관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조위는 감리단이 설계 오류를 발견하지 못했고, 공사 과정에서 달라진 지반 조건에 대한 검토와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막장면 관찰 결과에 대한 확인 역시 미흡했으며, 중앙기둥의 응력과 균열을 계측하는 시스템도 설치되지 않았다.
또한 초기 선행 변위를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계측 기준을 적용하면서 위험 신호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조위는 "설계·시공·감리 어느 한 단계만 제대로 작동했더라도 이번 사고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며 전 과정에 걸친 안전관리 실패가 사고를 키운 대표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광명시 "단순 사고 아닌 인재,국가 제도 바꿔야"
광명시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고를 단순한 현장 사고가 아닌 제도적 허점과 안전관리 실패가 빚어낸 인재로 규정하고, 정부에 대대적인 제도 개선을 건의하기로 했다.
시는 도심지 터널 공사의 시추조사 간격을 현행 100m에서 50m로 강화하고, 2아치 터널의 중앙기둥과 필라부에 대한 3차원 구조해석을 의무화하는 등 설계 기준 강화를 제안했다.
또 막장면 관찰자의 자격 기준을 높이고, 감리자의 검토 의무를 강화하는 한편, 핵심 구조물의 응력과 변위를 실시간으로 계측하는 시스템 도입도 요구했다.
아울러 지하수 유출량 실시간 모니터링, 주요 설계변경 시 지하안전평가 재실시, 발주청이 지정하는 제3자 전문기관의 구조안전성 검토 의무화 등을 포함한 제도 개선안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특히 광명시는 지방자치단체에도 지반침하 등 긴급 상황 발생 시 공사 중지 등 긴급안전조치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에 지자체 참여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지하안전법 개정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박승원 시장 "시민 안전 최우선…재발 방지에 행정력 집중"
박승원 광명시장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지방정부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며 "이번 사고를 교훈 삼아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지하안전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시민이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한 도시를 만드는 데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광명시는 지난해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와 지하안전관리 전담조직 신설, 전문관 채용 등을 추진하는 등 지반침하 예방과 지하안전관리 체계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