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세계가 찾는 거북섬, 그런데 화장실은 어디에…국제관광지의 '불편한 민낯'


반복되는 화장실 민원…상가 화장실 폐쇄에도 현실적인 이유
"국제관광지에 걸맞은 공공 편의시설 확충과 상인 지원대책 시급"

 

(한국글로벌뉴스 -박소연 기자) 시흥시 거북섬이 수도권을 대표하는 해양레저 관광지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여름철 거북섬은 세계 최대 규모의 인공서핑장인 시흥웨이브파크를 중심으로 서핑을 즐기려는 관광객들로 활기를 띤다. 바다를 따라 이어지는 해안 산책로와 어린왕자 조형물, 붉게 물드는 서해의 노을과 화려한 야경까지 더해지며 서핑뿐 아니라 휴식과 관광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 관광지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열린 '2026 월드서프리그(WSL) 시흥 코리아 오픈 국제서핑대회' 역시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시흥시는 전문 통역요원 배치와 선수 전용 편의시설, 숙박 지원 등을 통해 선수들이 최상의 환경에서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했고, 전문 경호 인력과 안전관리 요원 등 100여 명을 현장에 배치해 안전사고 없이 국제대회를 마쳤다.

같은 기간 열린 '2026 시흥 써머비트 페스티벌'도 큰 인기를 끌었다.

 

국내 정상급 DJ 공연과 시립합창단·시립전통예술단 공연, 버스킹, 거리공연, 먹거리 부스 등이 운영되며 거북섬은 낮에는 세계적인 서핑 경기장으로, 밤에는 음악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축제의 공간으로 변신했다.

 

행사장을 찾은 수많은 관광객들은 거북섬 상권으로 자연스럽게 유입되며 지역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국제대회의 성공과는 별개로 매년 반복되는 불편도 있었다.

바로 화장실 부족 문제다.

 

행사장을 찾은 관광객들은 화장실을 찾기 위해 한참을 돌아다녀야 했고, 어렵게 상가 화장실을 찾더라도 대부분 문이 잠겨 있어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국제대회를 개최하는 관광지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라는 불만도 곳곳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 문제를 단순히 상인들의 책임으로만 돌리기에는 현실적인 사정이 있다.

 

거북섬 상가 관계자들에 따르면 여름철 해변과 모래사장에서 놀던 일부 관광객들이 몸과 발에 묻은 모래를 그대로 상가 화장실에서 씻어내거나 배수구로 흘려보내면서 하수관이 반복적으로 막히는 일이 발생했다.

 

배관이 막히면 단순 청소로 해결되지 않고 배관 교체와 준설 등 대규모 공사가 필요한 경우도 적지 않았으며, 업소마다 수천만 원에 이르는 복구비를 부담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의 지원은 약 500만 원 수준에 그쳐 대부분의 복구비를 상인들이 자체 부담해야 했다는 것이 상인들의 설명이다.

 

한 상인은 "한 번 배관이 막히면 영업까지 중단해야 하고 수천만 원의 수리비가 발생하는데, 시 지원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화장실을 개방하라고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상가 화장실 폐쇄는 관광객을 외면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반복되는 시설 파손과 유지관리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번 화장실 논란은 관광객과 상인의 갈등이 아니라 공공 인프라 부족에서 비롯된 구조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적인 국제서핑대회를 개최하면서도 수만 명의 관광객이 이용할 공공화장실은 턱없이 부족하고, 그 부담을 민간 상가에 사실상 떠넘기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제관광지의 경쟁력은 화려한 행사보다 기본적인 편의시설에서 결정된다고 강조한다.

 

관광객은 깨끗하고 이용하기 편한 화장실, 충분한 주차시설, 쉼터 등 기본 인프라를 통해 도시의 수준을 평가한다.

 

따라서 거북섬이 세계적인 해양관광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제대회 개최만큼이나 공공 편의시설 확충이 선행돼야 한다.

 

무엇보다 시흥시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행사 때마다 임시화장실을 설치하는 수준을 넘어 상시 이용 가능한 공중화장실을 확충하고, 상가 화장실 개방에 따른 유지관리비와 배관 보수비를 지원하는 현실적인 제도가 필요하다.

 

또한 모래를 털어낼 수 있는 세족장과 모래 제거시설을 충분히 설치해 배관 막힘을 예방하고, 관광객들에게 올바른 이용 문화를 안내하는 캠페인도 병행해야 한다.

 

상가번영회 역시 시민과 관광객을 위한 편의 제공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구조에서는 선뜻 화장실을 개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수천만 원의 시설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민간 상가에 공공서비스를 요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제는 시흥시가 공공의 책임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거북섬은 이미 세계적인 서핑장을 갖췄고, 국제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를 역량도 입증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관광객과 상인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다.

 

국제관광도시의 품격은 화려한 경기장이 아니라, 누구나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 같은 가장 기본적인 시설에서 완성된다. 시흥시가 이 문제를 단순한 민원이 아닌 관광 경쟁력의 핵심 과제로 인식하고, 실효성 있는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